어느 절의 천도제를 담당하는 승려의 사례
어느 날, 00종에서 천도제를 담당한다는 승려 한 사람이 찾아오게 되었다. 그 승려는 자신이 어느 절에서 천도제를 담당하는 승려인데 천도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걱정이라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그동안 자기네 절에서 천도제를 해서 천도제가 제대로 안 된 사람들의 조상제는 못 해도, 본인 집안의 조상제만은 꼭 해야겠다고 통사정을 해오는 것이다. 스승님께서는 본인이 원하니 오게 하라고 허락을 해주셨다.
조상제를 진행하는 날, 스승님께서는 조상제에 앞서 보이는 상황을 설명하라고 말씀하셨다.
상황을 보니, 수없이 많은 사람신들이 그 승려를 쫓아와 욕을 하고 돌팔매질을 하듯이 신적인 각목 등으로 그 승려를 죽일 듯 아우성을 치는 모습이었다. 한 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잘못된 천도제를 해 준 조상신들이 그 승려를 따라왔으나 차마 우리의 본원까지는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본인의 절도 마찬가지였다. 사천왕신이 신적으로 무섭게 지키고 있으므로, 절 안에는 못 들어가지만 절 입구에서는 그 승려를 욕하며 아우성을 치는 모습이었다.
절 안에는 큰 신들이 살기 때문에 사람신이 절 안에 들어가서 함부로 하지는 못하지만, 후손의 몸을 타고 들어가 욕을 하기도 하는 모습이었다. 그 사람이 조상제를 하는 날에도, 그 절 입구에는 사람신들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조사를 해 보니 그 사람신들은 그 절에 천도제를 의뢰한 후손들의 조상신들이었다. 그 조상신들이 화를 내는 이유는 이랬다. 천도제를 해 준다며 후손들에게 많은 돈을 받고도 정작 천도제는 되지 않았으며, 조상신들이 그 절에 천도제가 되지 않았다는 항의를 했다가는 그 절 안의 신들에게 얻어맞고 쫓겨나는 경우가 숱하게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조상신들은 그 절을 욕하고, 천도제를 담당한 그 승려를 욕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 상황을 그 승려에게 설명해 주었다. 스승님께서는 지금 상황이 이런데, 그런데도 조상제를 하겠느냐고 물으셨다. 그 승려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본인 집안의 조상제는 하겠다는 것이다.
스승님께서는 그 승려 본인이 조상제가 무엇이며 어떤 것인지를 알아야 남의 조상을 천도해 준다는 소리를 함부로 못하는 것이라고 하시며, 경험도 될 겸 조상제를 해 주기로 결정을 하셨다.
그 승려의 조상신들은 몰려 든 사람신들로 인해 공포에 떨며 움츠러든 채 조상제가 진행되었다. 조상제의 절차가 마무리되며, 스승님께서 후손에게 따로 할 얘기가 없는지 물으시자 조상신들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조상제를 해 주신 분들께 너무 고맙습니다. 저희 후손이 바르게 갈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저희가 선조 때 지은 많은 잘못이 있는데 이렇게 조상제를 해 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고 면목도 너무 없습니다. 저희 후손이 잘못해서 조상제가 안 되신 분들께 너무 죄송합니다. 그분들도 나중에 좋은 인연으로 꼭 조상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스승님께서는 그 승려에게 본인이 천도제를 바르게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지 물으셨다. 그러자 그 승려는 양심의 가책은 느끼지만 자기가 개인적으로 신도들의 천도제를 한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천도제를 주관하는 00대사라는 직책을 받아 한 것뿐이라면서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을 하는 것이었다.
똑같이 천도제를 진행한 후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하다 이곳에서 조상제를 지낸 00사 주지승과는 너무도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00대사라는 이름과 달리, 그 승려가 신경 쓰는 것은 자기 자신뿐인 듯 했다. 그 승려는 자신이 여기서 조상제를 했다는 사실과 이곳에 와서 그 절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절대로 밝히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스승님께서 그 절에서는 천도제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물어보시자, 승려는 이런 대답을 했다. 신도들이 천도를 원하는 사람의 명단을 가지고 오면, 사람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고, 집안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적게는 오백만 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까지도 돈이 오고가는데,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일 억짜리 천도제가 들어온다며, 천도제를 하려는 사람에게 될 수 있으면 큰 걸 하라고 권하는데 금액이 적을 경우에는 오전 중으로 끝내고 조금 많은 경우는 하루를 해 주며 1억짜리는 한 달간 조상신들이 좋은 데로 가시라는 기원을 드리고 경을 읽으며 기도를 해 준다는 것이다.
스승님께서는 다시 천도제가 진행될 때 어떤 의식이 진행되는지, 보는 사람들이 있는지, 증거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물어보시며, 본인이 천도제를 직접 하니까 본인이 보는지 물어보셨다. 그 승려는 본인은 보지 못하지만 간혹 보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도 조상신이 와서 옷을 입고 있는 것까지는 보지만 그 후에 어떻게 되는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그냥 막연히 좋은 곳으로 가겠지 생각할 뿐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 승려는 자신의 잘못된 천도제의 결과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 듯 했지만, 사실 잘못된 천도제의 영향은 심각한 것이다. 실제로, 천도제를 한다고 조상신들을 부르면 천도제가 되는 줄 알고 명단에 있는 사람신들이 모이게 된다. 특히, 천도제를 해 본 경험이 없거나 별로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신들의 경우, 많은 기대를 갖고 모이게 된다.
천도제를 한다며 그 행위하는 곳에서 해당하는 의식을 치루면, 그 행위하는 곳에 모셔진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는 의식이 되는 것이지 조상신들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 조상신들은 오히려 무서운 신들을 보고 놀라 그 집회 장소 밖에서 혹시나 하며 그 의식을 지켜보고 기다리는데, 의식이 끝나고도 아무것도 없이 후손이 돌아가게 되면 후손을 원망하고 그 행위를 주도한 사람을 계속 원망하게 된다.
심한 경우, 후손을 어렵게 하고 그러한 거짓된 행위를 주도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경우도 보았다. 결국, 후손의 마음 하나 편해진 것 외에는 조상에게는 오히려 불효만 저지른 셈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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