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 - 상가에서

계속 관을 통해 남자신을 지켜보는데 이번에는 상가로 연결되었다. 남자의 위패가 모셔지고, 음식을 차려내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소란스러워지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상가에는 사람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새 온갖 신들이 모여들어 음식을 먹기도 하고, 사람들 몸속으로 들락거리기도 하며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도깨비신이며 각종 동물신에서 파리신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동물과 식물의 신들이 가득 모여 음식의 기를 빨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중에는 저승사자의 모습을 신들도 있었다. 신의 세계는 힘과 능력이 계급이어서, 힘과 능력이 강한 신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약한 신들은 강한 신들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같은 계열일 경우에는 낮은 신들이 높은 신에게 음식을 가져다 주는 모습이었다.

마리의 여우신이 보이는데, 체격이 크고 꼬리가 많은 여우신이 대장인
체격이 작고 꼬리가 하나인 여우신들이 대장 여우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이었다.

한쪽에는 초라한 행색의 사람신들이 악신의 눈을 피해 허겁지겁 음식을 먹고 있었다. 몇몇 사람신은 악한 신들에게 얻어맞으며 쫓겨나기도 하고, 요행히 자리를 잡은 사람신들도 계속 악신의 눈치를 살피며 간신히 음식을 얻어먹고 있었다. 신의 세계에서 얼마나 힘겹게 살았는지 모두 남루한 모습이었다.

남자신은 갓을 쓰고 수염이 길며 공부를 많이 선비인 보이는데, 얼굴은 비쩍 마르고 갓이 너덜거렸다. 여자신은 한복을 입은 모습인데 겉치마가 찢어져 속치마가 보이기도 하고, 비녀도 녹이 슬어 있었다.

사람은 죽고 후에 죽을 때의 모습 그대로 사람신이 되어 신의 세계에서 살아가는데, 도가 없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초라하고 비참한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다.

관이 보이는데, 남자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남자신은 자신의 몸에 들어가 보려다 멈칫하는 모습이었다. 시체에는 기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남자의 몸에는 이상 사람신이 들어가 없는 것이다. 남자의 아내와 자식들이 보이는데, 처음처럼 크게 우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런데 남자신이 크게 우는 모습이었다. 막상 몸에 들어갈 없으니 자신이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한 했다. 남자신이 통곡하자, 숨어 음식을 먹던 조상신들이 남자신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이내 음식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었다. 후손이 제사상을 차려주는 정도를 제외하고는 먹을 것을 구하기 어려운 그들에게 당장 중요한 것은 먹을 있을 먹어 두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Posted by daehan777